I.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작년에도 수십개의 합격수기가 올라왔지만 제 마음에 와닿은 합격수기는 단 하나였습니다. "생명초"님 합격수기 덕분에 용기를 얻어 제 공부방식을 고수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일반적 내용이 아닌,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합격수기를 남기려 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솔직히 작성해보려고 하며, 불편하신 내용이 있으시더라도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II. 소개
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노베이스 30대 초반 직장인이었습니다. 총 공부기간은 20개월이고, 1차 5개월은 직장병행, 2차 15개월은 퇴사 후 전업으로 하였습니다. 전업 기간에도 어린이집 등하원 등 육아를 병행하여 가용한 시간이 완전 전업보다는 적었습니다.
실무
이론
법규
평균
33회
51
35.5
32
39.5
34회
45.5
55
51.83
III. 수험전략
저는 원래 암기를 잘 못하는 편이어서 암기를 최소화하고 이해 위주로 공부하고자 했습니다. 학원에서는 암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적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나의 길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암기 위주의 공부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없고, 당연히 누군가에게는 부적합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제 공부방식 역시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않을 테니, 비판적으로 수용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IV. 초시의 중요성
초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공부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근거 역시 초시 결과였습니다. 저와 같은 유예생들은 100일 남짓 2차 공부를 하고 초시를 치게 됩니다. 이때 받은 초시 점수는 남은 1년 공부의 이정표이자 기준이 되오니, 부디 100일 동안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시고, 시험 역시 최선을 다해서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초시 결과가 수험 전략 수립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각 과목별 수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V. 개별스터디
저는 지방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했습니다.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저는 거의 모든 공부를 개별스터디를 만들어 다른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개별스터디를 추천하되, 자신과 완전히 커리큘럼이 일치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우므로 짧은 호흡으로 스터디를 자주 만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지난 개별스터디 모집 글들을 참조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람있게도 열심히 스터디 참여하신 분들은 많이 합격 하셨습니다!
VI. 실무
1. 실무란 과목을 보는 관점
실무는 수십년 동안 선배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를 해오면서 쌓아온 평가방법과 평가논리들을 집대성한 상당히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실무와 관련한 공식과 규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공부전략
따라서 저는 실무에서 암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왜 그렇게 평가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식이나 규정을 무작정 외우지 않고, 왜 이런 공식이 유도되었고 왜 이렇게 규정했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수험이 아닌 학문”을 하면 좋은 점은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자신만의 논리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33회 실무에서 저는 관상수에 대한 보상평가 예외조항이 있는지 몰랐지만, 감수액이 잠재적 과실에 대한 보상규정이라는 점을 이해했기에 관상수 평가 시 감수율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3. 공부방식
1차가 끝나자마자 작년 기본강의와 퀴즈를 빠르게 돌린 후 1000점 2회독, PASS초급 2회독, 종합문제 2회독을 한 후 초시를 치렀습니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내가 감정평가사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본 후 답지를 봤습니다.
2차 이후에는 개별스터디를 통해 매일 100점씩 풀답안을 작성하고 스터디원과 공유하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서울법 작년 GS자료, 기출문제, 올해 0~2순환, 올해 GS, 타학원 GS 등 다양한 문제를 닥치는 대로 풀었습니다.
1차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온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실무에 힘을 뺄 수 있었습니다. 일단 내가 공부해온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했고, 모든 문제를 완주하고 내가 스스로 납득할만한 평가논리를 전개했다면 적어도 과락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고득점에 연연하지 않았고 스터디에서 50~60점 정도 받으면 복습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은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31회 1번처럼 볼륨이 큰 문제가 나와도 시간 내에 풀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모든 스터디와 개별스터디는 반드시 100분을 지켜서 풀었으며, 시간이 오래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었습니다. 특히 올해 34회 2번문제나 ATCF 같은 계산이 많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계산기의 특수기능(LIST 간 연산)을 익혀 놓았는데, 덕분에 이번 시험에서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4. 아쉬웠던 점
풀어본 문제를 엑셀로 정리했더라면 나중에 관련 논점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막판에 다시 정리하려니까 엄두가 안났습니다.
또한 저는 웬만한 문제에 대해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기에 1번부터 4번까지 순서대로 푸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올해 시험에서도 뒤에 문제를 먼저 보지 않고 실무 1번부터 배점에 맞게 시간을 할당하여 풀었습니다. 그러나 3번은 시간은 충분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못잡겠어서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이럴 바에는 1번에 시간을 좀 더 들여서 서술을 더 풍부히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II. 이론
1. 이론이란 과목을 보는 관점
제 생각에 이론 과목은 생각의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33회 3번, 34회 2번 문제처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암기만으로 완벽한 대비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같은 논점을 다루고 있더라도 출제자의 출제의도에 따라 논조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단 단위로 암기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성범 평가사님의 총론 기본강의 + 논술강의만 듣고 초시를 쳤습니다. 답안 작성은 초시 때 처음이었어요. 오히려 베이스가 없다보니까 자유롭게 제 생각들을 적었고 35.5점을 받았습니다. 특히 고무적이었던 점은 어려웠던 3번 문제에서 8점이라는 상대적 고득점을 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때부터 자유롭게 나만의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먹힌다고 생각했고, 다른 목차들을 따라하거나 외우지 않았습니다. 목차나 답안을 작성한 후 제 스스로의 기준에서 논리 전개가 마음에 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스터디 점수에는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33회 2-2 문제는 경응수 감정평가론에 그대로 기재되어 있는 내용이었으나, 당시 수험서에는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출제위원이 수험생용 기본서 가지고 출제를 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기본서는 배제하고 교수저로만 공부했습니다. “경응수 감정평가론 6판”과 올해 개정된 “서광채 감정평가학원론”으로 공부했어요. 물론 수험서가 교수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나, 짜깁기의 한계 때문인지 교수저가 훨씬 더 잘 읽힌다고 생각합니다.
3. 공부방법
이론은 12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기출문제에 대해 매일 50점씩 풀답안을 작성하는 스터디를 만들었는데, 풀답안을 적어보니 내가 어떤 내용은 현출이 어렵고, 어떤 내용은 목차만 잡아도 내용을 채워넣을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원 6명 전원 합격)
이후에는 3월부터 목차만 잡는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하루에 200점 분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나 여러 강사님들의 GS문제로 목차를 잡았습니다. 목차를 잡고 나서도 내가 진짜 이 목차의 내용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다른 사람의 목차와 비교하여 부족한 점을 파악하였습니다. 이 스터디는 시험 직전까지 쭉 끌고 갔습니다. (스터디원 3명 전원 합격)
4. 서브노트
저는 초시 이후 경응수 감정평가론(경저)를 회독하면서 경저의 목차를 구조화하여 서브노트를 작성했습니다. 그 이후에 서광채저의 내용이나 스터디에서 좋았던 내용 등을 계속 추가하였습니다. 비루한 서브노트지만 서브노트 작성에 도움이 되실까하여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 암기
시험 두 달 전부터 암기를 시작했습니다. 암기 대상은 시험장에서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교수저의 목차였는데, 예컨대 영업권의 특성이나 감정평가와 컨설팅의 차이점 등이었습니다. 암기는 아이패드 Goodnote 앱의 스터디세트 기능을 이용하여 매일매일 공부시작 전 복습을 하였습니다.
VIII. 법규
1. 공부전략
제가 법규 고득점을 하지 못해서 왈가왈부하는게 조심스럽긴 하나, 저는 법규에서 논리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 주장이 타당한지 논하시오.” 라는 문제가 있다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논리의 흐름이 있을 것이고, 그 논리흐름 사이에 누락된 부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논리흐름에 불필요한 “의의” 같은 내용은 굳이 써야하나 하고 많이 배제했어요. (그래서 제 점수도 많이 배제된 것 같습니다.)
또한 법규는 암기가 꼭 필요한 과목입니다만, 저는 암기는 최대한 뒤로 미뤄서 시험 3개월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것이 생기고, 공부를 일단 해봐야 무엇이 중요한지, 외워야 하는지에 대해 감이 오기 때문에 암기는 나중에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반부터 암기를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같이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에게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 공부방법
초시 이전에 행정법(김기홍)과 개별법(강정훈) 강의는 다 들었습니다. 초시 이후에는 종합문제 스터디를 만들어서 거의 3개월 동안 강박사님 종합문제에 있는 모든 문제에 풀답안을 작성했어요. 이렇게 무식하게 답안을 작성해본 이유는 당시에는 제가 뭘 모르는지 조차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단 답안을 작성해보니 기본강의 때 들었던 개념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어요. ‘하자의 승계는 이럴 때 쓰는거구나’, ‘법적성질에 대한 검토가 이래서 필요하구나’ 등등으로요. 그래서 스터디 기간 동안은 고통스러웠으나 하고나니 잘 했단 생각이 들었던 스터디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법규 서브노트를 작성하는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서브노트를 기본서 요약이 아닌 기출문제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20개년 기출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의 목차를 구성하여 기출 논점들을 추려보고, 그러한 논점들의 내용을 서브노트에 정리하였습니다. 즉, 서브노트만 봐도 최근 20개년 기출의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기출문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굳이 기출되지 않은 내용을 서브노트에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서브노트 작성 후에는 GS 자료 등으로 풀답안 현출하는 스터디, 목차 구성 스터디 등을 시험직전까지 진행했습니다. 결국 법규는 많이 써보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암기
암기는 시험 3개월 전부터 마찬가지로 Goodnote의 스터디세트 기능을 통해 플래쉬카드 형태로 암기했어요. 주로 판례를 두문자로 따서 암기했습니다. 암기하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고득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논리흐름 위주의 공부방법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워낙 암기를 못하기도 하고, 이해 없이 암기하기 싫어하는 성향이다 보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공부했을 것 같지만, 다른 강사님들이 제시하는 길을 애써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IX. 마무리
불확실한 시험을 하루하루 준비하시는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으십니다. 특히 저와 같이 남들과 조금은 다른 공부방법을 고수하시는 분들은 매일매일 자기가 가는 길이 맞는지 불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감정평가사 시험에서 정답과 왕도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개별성이 엄청나니까요! 자신이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시되, 맞다고 생각되면 자신을 믿으시고 끝까지 달리시길 바랍니다.
제 합격수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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