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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형법 해설

No :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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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10/24 08:37:14 조회 : 9376

시험과목: 형법

【 문 】甲은 회사원이고, 乙은 D와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 있는 자인다. 甲은 2006. 9. 20. 22:00경 술을 마시고 나오던 중 행인 A와 시비가 붙어 오른 손바닥으로 A의 머리를 1회 때리고, 甲도 A로부터 오른 주먹으로 턱을 1회 맞아 함께 인근 지구대로 가서 시비를 가리다가, A에게 특별한 상처가 없고 甲도 경미한 타박상만 있으므로 서로 없던 일로 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甲은 2006. 9. 22. 14:00경 乙의 집에 들어가 그 곳 안방 장롱 문을 열고 훔칠 물건을 찾다가, 乙과 그의 아들인 B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급히 현관문 뒤에 숨었다가 곧 발각되어 乙과 B가 甲을 잡으려고 하자,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주먹과 발로 乙의 얼굴과 B의 가슴을 폭행하였다.

乙은 2006. 9. 24. 상호불상 모텔에서 乙이 유부남인 사실을 모르는 여자 친구인 C에게 사실은 혼인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혼인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앞으로 같이 살아야 되는데 나에게 현금카드를 달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를 믿는 C로부터 현금카드를 교부받은 다음 C와 1회 간음하******날 은행에******금자동지급기에 위 현금카드를 집어넣고 C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눌러 현금 70만 원을 인출하였다.
甲과 乙의 죄책을 논하시오.

1. 쟁점의 정리

(1) 갑이 행인A와 시비가 붙어 A의 머리를 1회 때린 행위가 상해죄 혹은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정당방위가 성립하는지, 기타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책임조각 감경사유는 있는지 검토한다. 또한 갑과 A사이의 합의가 갑의 처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한다.

(2) 갑이 을과 B를 폭행한 것이 준강도죄 미수인지 문제되며, 이를 위해 우선 갑이 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했는지 검토한다. 아울러 준강도죄의 죄수도 문제된다.

(3) 을이 혼인할 것처럼 속여 C를 간음한 행위가 혼인빙자등에의한간음죄에 해당하는지, 간통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한다.

(4) 을이 C를 속여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행위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별도로 절도죄 성립하는지, 기타 컴퓨터사용사기죄, 편의시설부정이용죄, 사기죄 성부를 검토한다.

2. 갑이 A를 때린 행위

(1) 상해죄(법 제257조) 성부

상해죄는 신체의 건강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바 생리적기능의 훼손이 있어야 상해죄에 해당한다. 사안의 경우 갑은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그것도 1회 A의 머리를 때린 것에 불과하므로 상해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2) 폭행죄(법 제260조) 성부

1) 구성요건해당성
폭행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한다. 신체의 건재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거동범이다. 사안의 경우 갑이 A의 머리를 때린 것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2) 정당방위(법 제21조)
가) 문제점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며 상당성을 갖춰야 한다. 사안의 경우 시비과정에서 폭행을 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침해 내지는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나) 판례
상호시비가 벌어져 싸움을 하는 경우에는 그 투쟁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를 구성하며, 상대방의 행위를 부당한 침해라고 하여 갑의 행위만을 방어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다) 사안의 경우 갑에게는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법 제20조)
가) 판례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던 피해자의 행패를 저지하려고 어깨를 밀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행패를 저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소극적 방어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목이 졸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비틀어 당긴 행위는 소극적 저항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 한다고 한다.
나) 사안의 경우 갑이 손바닥으로 A의 머리를 때린 행위는 소극적저항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책임능력
사안의 경우 갑이 술을 마시기는 했으나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으므로 법 제10조 제1항 내지 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3) 폭행죄로 처벌가능한지 여부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법 제260조 제3항)로 갑과 A가 지구대에서 서로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갑은 폭행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4) 소결
갑은 폭행죄가 성립하나 처벌되지는 않는다. 과거 야간에 1인이 행한 단순 폭행도 폭력행위등처벌의관한법률이 적용되어 가중처벌 되었으나 현재는 이와 같은 행위는 적용이 제외된다.

3. 갑이 을과 B를 때린 행위

(1) 준강도죄 미수범(법 제335, 법 제342조) 성부
1) 문제점
준강도죄는 절도가 체포면탈 등의 목적으로 폭행 협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준강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 절도의 실행착수가 있어야 하며, 여기의 절도는 단순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를 포함한다. 나) 폭행 협박은 절도의 기회에 이루어 져야 하며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여야 하며 체포면탈 등의 목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다) 준강도죄의 기수 시기는 견해가 대립한다.
설문의 경우 절도죄의 실행착수가 있는지, 준강도죄가 미수에 그쳤는지, 죄수관계는 어떤지 등이 쟁점이다.
2) 절도죄의 실행착수
주간의 경우 판례는 밀접행위 내지 물색행위가 있으면 실행착수를 인정한다. 사안의 경우 주간에 갑이 안방 장롱 문을 열고 훔칠 물건을 찾았다는 점에서 절도죄의 실행착수가 인정된다.
3) 준강도죄 기수시기
가) 판례
[다수의견] 형법 제335조에서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로서 강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는 취지는,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인바, 이와 같은 준강도죄의 입법 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별개의견] 폭행·협박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인정하는 외에 절취행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이를 준강도죄의 미수범이라고 보아 강도죄의 미수범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강도죄와 준강도죄는 그 취지와 본질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하며,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되었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검토]
준강도죄는 강도죄와 비난의 정도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절취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다수견해가 타당하다.
4) 준강도죄의 죄수(판례)
절도범이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체포하려는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같은 기회에 폭행을 가하여 그 중 1인에게만 상해를 가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포괄하여 하나의 강도상해죄만 성립한다. 또한 강도가 시간적으로 접착된 상황에서 가족을 이루는 수인에게 폭행․협박을 가하여 집안에 있는 재물을 탈취한 경우 그 재물은 가족의 공동점유 아래 있는 것으로서, 이를 탈취하는 행위는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불구하고 단일한 강도죄의 죄책을 진다.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한 가족을 이루는 을과 B의 지배하에 있는 재물을 절취하려다 폭행한 것이므로 준강도죄는 1죄가 성립한다.
5) 소결
갑은 준강도죄 미수범이 성립하며, 비록 2인을 폭행했으나 1죄가 성립한다.

4. 을이 C를 간음한 행위

(1) 혼인빙자등에의한간음죄(법 제304조) 성부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하는 범죄이다.
설문의 경우 C는 음행의 상습이 있다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을이 혼인할 의사도 없으면서 혼인을 가장하여 간음하였으므로 본죄가 성립한다. 1회 간음하였다는 점에서 1죄가 성립한다.

(2) 간통죄(법 제241조) 성부
을은 배우자 있는 자이므로 본 죄가 성립한다. 1회 간통하였으므로 1죄가 성립한다.

5. 을이 C를 속여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현금을 인출한 행위

(1)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행위(현금인출 승락에 대한 사기죄 성부)

1) 문제점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이다(법 제347조). 기망을 통해 착오에 빠뜨려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처분하게 하는 범죄로 기망과 착오 처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재산상 손해를 요하는지는 견해가 대립하나 판례는 부정한다. 고의 이외에 불법영득의사 내지는 불법이득의사가 있어야 한다. 사안의 경우 C가 현금 카드를 건네 준 것은 현금인출에 대한 승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승낙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가 이다.
2) 처분의 내용
가) 견해대립
형법의 독자적 입장에서 C의 승낙의 효력을 부정하고 단지 카드자체만을 처분하였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렇게 보게 되면 을은 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 가능하나 카드사용권은 가지고 있지 않아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별도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판례는 공갈죄 사안에서 예금인출 승낙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17회에 걸쳐 현금을 인출한 경우 피해자가 현금인출 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않는 한 현금카드 사용권이 있으므로 공갈죄 포괄1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나) 검토 및 사안
생각건데 피해자의 현금인출 승낙의 의사표시가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근거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이러한 판례에 따를 때 C의 현금인출 승낙은 유효하며 을은 현금인출권을 처분받음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한다.

(2) 현금을 인출한 행위

1) 절도죄(법 제329조) 성부
형법의 독자적 입장에서 C의 현금인출 승락의 의사표시를 부정하는 견해에 의하면 을은 현금인출권이 없으므로 현금카드지급기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의 점유를 이전시킨 것이 되어 절도죄가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을은 현금인출권이 있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사기죄(법 제347조), 컴퓨터사용사기죄(법 제347조의 2), 편의시설부정이용죄(법 제348조의 2) 성부
사람에 대한 기망이 없다는 점에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현금을 인출하였다는 점에서 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하는 컴퓨터사용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현금인출기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편의시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편의시설부정이용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3) 소결
을은 사기죄 포괄1죄가 성립할 뿐이다.

6. 결어
갑은 폭행죄가 성립하나 처벌되지는 않으며, 준강도죄 미수범이 성립한다. 을은 혼인빙자등에의한간음죄, 간통죄, 사기죄가 성립하며 각각은 실체적경합범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