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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을 즐겁게 정열적(情熱的)으로!
제15회 합격 이영옥(외대 서반아어과 졸)
2000년에 공인중개사에 합격하고 독학으로 사시 2년, 학원에서 법무사 시험 6년째 드디어 또 하나의 합격증을 따냈다. 기나긴 수험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수험 생활 자체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무의미하게 노는 삶보다는 공부가 낫고,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시험을 앞둬야 긴장감을 가지고 짧은 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자격증을 딸 때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이런 한가한 소릴하면 ‘뭐야 재는’하며 자격증을 재미로 딴다고 사치스런 자격증을 반납하라고 하지 마시기를. 왜냐하면 나도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경쟁의식은 누구보다 강했고, 책욕심이 과하여 많은 책을 닥치는 대로 사서 정독, 다독하고 학원에 많이 ‘기부(?)’하고 눈물 몇 바가지는 흘렸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을 하든 법무사 수험생활 6년의 장거리 마라톤의 긴 여정을 해피엔딩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므로 짜릿한 성취감과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합격수기를 써달라고 처음 부탁 받았을 때 ‘내가 과연 그런 자격이 되나’ 하여 거절했지만 엉뚱할 수도 있는 다양한 공부 방법 혹은 공부 노하우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작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 몇 자 적도록 한다.
1. 내가 시험 스트레스를 적게 받았던 요인은 매 환경에 긍적적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가령 초기 성적이 저조하면 초기니까, 두번 아깝게 2차 평균에서 1.2점과 1.7점 차이로 떨어지면
‘공부안 한 것 치고는 잘 나왔네, 조금만 하면 나도 감히 합격될 수 있겠다. ’
며 자신감을 가졌고, 생각보다 잘 나온 점수에 다시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도 점수가 저조했더라면 의욕상실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법무사 시험 공부는 일생에서 합격여부를 떠나 살아가는데 너무나 유익하고 종합학문이며 생활 철학이 담겨져 있어 재미있고, 언 제 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강사님이 입에 침을 튀기며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시는데 입만 벌리고 받아만 먹는 격으로 좋은 서비스시스템 덕에 수험생활은 편하여 감사하게 생각해서 다시 도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도 슬럼프가 왔다. 네 번째 2차 도전한 2008년에 고득점 받고도 한 과목에서 39점으로 과락을 받아 술도 못 마시는데 쓴 고배를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첫날은 너무도 서럽게 울었지만 다음날 점수를 확인하고 ‘오기가 생겨 다시 도전 아니할 수 없겠는데’ 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올해 합격한 걸 보면 운이 나쁜 해가 있으면 좋은 해가 있기 마련인가보다.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는 하나가 걸리지 않겠는가. 물론 내 주변에 나보다 더 안타까운 점수로 낙방하고 다시 2차 6번째 간소한 차로 낙방한 어느 분에게는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그 분들에게는 내가 하는 말이 얼마나 건방지고 갖잖은 소리 같을까마는 글은 모든 이에게 공감이 가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쩌면 그 분들의 희생으로 내가 합격의 선을 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죄송하고 하늘에 감사드린다.
2. 시험점수를 분석해야 한다.
내가 낙방했을 때 스스로 자문했다. 내가 과연 이 시험에 최선을 다했는가? 낙방했을 때 시험 발표 전 나는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으려 해도 최선을 다하여야 하거늘, 이 시험은 내 역량의 80%밖에 발휘 못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라고.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낙방하고 빨리 수인했다. 수험생활에 충실치 않고 자기관리 못한 내가 너무 한심하고 못나 보였다.
2009년 다섯 번째 2차 시험은 비록 타인에 의해 시험 직전에 공부 방해를 받았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시험장에서 몸살이 악화된 상태였는데 오전시험 끝나고 감독관이 ‘식사 잘 하시라’ 하고 나갔을 때 난 10여분 동안 못 일어나 칠판 앞의 도시락 가방을 가져오지 못하였다. 스스로도 참 불쌍하다 생각했다.
‘이것이 죽을힘을 다해 시험에 임하는 것이구나. 이 정성을 하늘이 알아줄까 물론 건강관리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결과가 좋게 나왔을 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명언이 생각났다. ‘최선을 다하면 비록 어려운 장애가 있어도 끝으머리라도 붙여주는구나’ 라고. 또 운이 좋았다고 감사드렸다.
3. 나는 공부를 거꾸로 한다며 합격수기요청을 거절했다. 수험생에게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무슨 소리냐 하면 기본서, 특히 노란 종이에 체계가 안 잡힌듯한 천 페이지 넘는 바이블이라 불리는 빨간책(?)은 내게 특히 알레르기 반응이 왔다. 읽기도 싫고, 암기도 안되고 공부에 의욕상실감을 가져왔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같이 줄긋는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다시는 안봤다. 무모한 공부방법 중 하나지만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노란종이가 아닌 얇고 보기 편하고 도표가 잘 되었고 정리가 잘 된 책은 보이는대로 다 샀다. 책을 책장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품위 있는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난 욕심이 많아 일주일이면 거의 한권씩 봤다. 물귀신처럼 그것만 매달렸다. 한권의 책을 여러 번 보기보단 여러 권을 한번씩 보는 편이었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 때문인것 같다. 책 나름대로 신선하고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볼 수 있어 유용하고, 무엇보다 금새 잊기는 하지만 ‘내가 안 본 문제는 없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4. 나보다 성실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낙방하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분석해 봤다. 그것도 학원 모의고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말이다. 나는 글씨체가 아름답다. 달필이다. 그래서 읽기 쉽고 한 눈에 들어오고 강한 이미지를 준다. 그런데 혹 너무 흘겨 써서 글자를 못 알아볼 정도로 쓴 사람이 더러 있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이 날려 쓰면 글씨가 더 화려하고 힘이 있어 보이지만, 못 쓰는 사람이 날려 쓰면 수험생 얼굴 못 보는 채점관으로서는 신경질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이 말은 나는 상대적으로 알맹이는 좀 빈약하지만 형식과 글씨체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인상을 주지 않았나 생각했다.
5. 글을 쓸 때 포인트를 잡으라고 강조하고 싶다. 말을 할 때도 살을 붙여 부연 설명으로 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듯이 주가 되는 논점을 적절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글을 논리적이되 부드럽게 물 흐르듯 그리고 정감있게 써야 한다. 글 자체에서 신경질적인 딱딱한 문체로 쓰기 보다는 채점자가 빨려 들어갈 수 있게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야 하겠다. 피아노곡 중 <엘리제를 위하여>를 감미롭게 쳐야 함에도 터프하게 건반을 치면 <엘리제 때문에>가 되지 않을까?
6. 단문외우는 요령 중 하나를 언급하자면 많은 단문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 막막함을 느낄것이다. 이때 혼자 시험을 본다는 기분으로 생각나는 키워드를 몇 자 적고 그것을 실타래처럼 풀어 쓸 수 있는 문장실력을 배양하고 바로 본문(本文)을 보고 무엇이 누락됐는지 체크한다. 그러면 공부량이 확실히 준다. 어차피 시험장에서 같은 작업을 하므로 이런 연습이 필요하다. Case 풀 때는 논점 뽑고 결론 내 보고 결론에 맞추어 전개한다. 다 아는 것이지만도. 기출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자신이 친 문제를 다시 보는 것은 여간 속이 쓰리는 일이 아니겠지만 시험은 반복해서 출제 된다는 것을 2차 연속 다섯 번 본 경험자로서 꼭 강조하고 싶다. 이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판례를 많이 언급하면 좋은데 꼭 맞는 판례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비교되는 판례를 언급하고 비슷해서 또는 반대되기 때문에 언급한다는 것을 명시하면 명확하게 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성실히 시험에 임하는 자세를 채점관이 갸륵히 여길 것이다.
7. 공부를 하면서 자신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그때그때 해소하고 다시 공부에 임할때는 즐겁게 해야 한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혼자서 노래, 춤, 화장하고 치장하고, 강아지랑 놀고, 그래서 항상 밝고 즐겁게 학원 다니고 나 자신을 무척 사랑하며 힘들고 긴 수험생활을 용케도 잘 버텨온 것 같다.
앞으로 진로를 고민해야겠지만 나의 법률지식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가치있게 쓰려고 한다. 낙방했을 때 하늘에 대고 약속했으니까.
끝으로 뒤에서 묵묵히 보조해주신 학원 사무처 직원 여러분과 진심어린 자극과 격려를 해주신 서울 법학원 명교수님들께 감사드리고 저를 귀여워해 주시고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부모님에게도 감사와 합격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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