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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시 펜대를 잡은 것이 2015년 가을이었습니다. 박문각 프리패스를 결제한 것은 2019년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폴라리스 시절에 아주 잠깐 전년 강의 50% 할인해서 들어봤는데 당시에는 별 흥미도 없었고, 강의를 다 듣지도 못한 채로 그만두고 손을 놓았습니다.
강의는 항상 최신 걸로, 강사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합격에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지 못한 유일한 것이 기본서 정독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혁준 선생님이 복습과 지독한 정독을 강조하셨는데 글자가 읽히지 않는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강의로 기본서 읽기와 필사입니다. 모든 과목을 비슷한 방법으로 했습니다.
2. 강의 듣기
공부 초반기에는 멍하니 다 들었다는 것에 그저 만족하면서 그냥 들었습니다. 중반기에는 강사님이 여러 번 들으라고 해서 모든 기본강의를 하나도 빠짐없이 2~3번씩 들었습니다. 조금 들리는 게 있더라고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기출문제는 스스로 풀어보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여러 번 고배를 마셨습니다. 후반기에는 혁준쌤이 이해하면서 들으라고 해서 그제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강의를 여러 번 들을 시간이 없어서 강의 시간에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자 읽는 게 힘들어서 모든 책을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반드시 현출해야 된다는 것은 노란색 형광펜, 부정의 의미는 초록색, 조문은 나오는 대로 핑크 형광펜으로 칠했습니다. 특히나 암기장에는 반드시 외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모든 조문을 형광펜으로 칠했습니다.
볼펜보다 색연필이 느낌이 따뜻해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파란색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서 긍정은 파랑, 부정은 초록, 반드시 외워야 하는 것은 빨강, 틀린 문제는 노란색으로 체크했습니다.
3. 복습
책이 읽히지 않아서 과목별 암기장을 모두 구비하고 강의들은 내용을 독서실과 집에 오가면서(약 10분 정도) 길거리에서 눈으로 훑어보면서 강의내용을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자정 넘어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파트 내 가로등에 의지해가면서, 잘 되는 날은 집 바로 앞에서 조금 더 읽고 들어갔습니다.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공부 후반기에는 모든 순간 복습 테스트를 들고 다녔습니다. 놀이터, 키즈카페, 아이들 학원 대기실, 워터파크 등등 약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두 저에게는 관심이 없을 거니 꿋꿋하게 풀었습니다.
4. 멘탈관리
몇 년 동안 어떤 모임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단체카톡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더 자주 슬럼프에 빠져서 나오고 카톡 앱도 한동안 삭제해두었습니다.
모든 순간 저 자신을 부정해왔는데 어느 강사분이 공부를 잘한 자신에게 상을 주라고 해서 다이어리에 잘한 순간 저를 칭찬해줬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는 칭찬은 온몸에 전율이 돌게 했습니다. 나는 형편없고 쓸모없는 인간이고 모든 순간을 잘 살아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잘 버텨주었구나.
힘이 들 때마다 명언이나 힘이 되는 문구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놔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모두가 나를 참담하게 바라볼지라도 나만은 나를 의심하지 말자고, 다른 누구보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지만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고 정말로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그 어떤 마음에도 어느 순간에도 고집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랬지만 아쉽게도 1~2주에 한 번씩은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져서 술도 마셔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쇼핑도 해봤지만, 공부 후반기에는 운동하거나, 운동도 못 할 정도의 상태면 공부에서 손을 내려놓고 온종일 들었던 강의 틀어놓고 누워서 울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면서 매초마다 아픈 순간을 버텼습니다.
매일 밤에는 강의를 틀어놓거나 유튜브로 조문을 틀어놨습니다. 이건 공부용이라기보다는 수면용으로 틀어놓으면 빨리 잠들 수 있었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누워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5. 1차 시험
28회 1과목 68점, 2과목 72점, 3과목 66점, 4과목 72점 평균 69.5/ 합격선 60.5
30회 1과목 72점, 2과목 78점, 3과목 76점, 4과목 66점 평균 73/ 합격선 60
처음 합격한 28회는 27회 떨어진 다음 날부터 잘 때를 제외하고 모든 강의를 듣지 않고 매일 7과목을 최소 시험과목 수만큼 풀었습니다. 독서실에서 전자기기를 가져가면 제가 심각하게 집중하지 못해서 휴대폰과 태블릿은 두고 나갔습니다.
틀린 문제는 암기장에 체크만 하고 암기장을 애써 읽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서는 보지 않고, 시중에 나오는 모든 법무사 문제집을 풀었고, 그 과목에서 법무사 객문집이 더 없으면 공무원, 법원직 등 문제집도 풀었습니다.
법무사 시험을 보는 누구보다 많은 문제를 풀겠다는 각오로 풀었습니다.
똑같은 문제집으로 여러 번 보라고 하셔서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자꾸 딴생각하고, 읽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목마다 여러 다른 문제집들을 보았고, 문제집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전년도에 봤던 거랑 똑같은 문제집을 사서 새로 보는 문제라는 기분으로 풀었습니다. 틀린 문제만 왜 답이 이거지? 하고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붙잡고 늘어지면 시간 가고 정신이 나가는 걸 알기 때문에.
가등법은 일렬로 세웠습니다. 정석으로 공부를 해 봤는데 한 거랑 하지 않고 일렬로 세웠을 때랑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후반기에는 쓸 수 있는 뇌의 용량과 다른 과목 공부시간을 고려해서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스트레스받아서 시간을 정해서 푼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시간 내에 풀 걸 알았고, 특히 1교시에는 두 번 모두 30분 정도 남아서 오답을 고치다가 더 틀렸습니다.
어떠한 멍청한 실수를 하더라도 그걸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만큼은 키우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6. 2차시험
1) 28회 민법 26, 형법 15.5, 형사소송법 17.5, 민사소송법 27, 민사사건서류작성 12.5, 부동산등기법 30, 등기신청서류작성 17.5 평균 36.5/ 합격선 50.06
29회 민법 43, 형법 27.5, 형사소송법 23.25, 민사소송법 27.25, 민사사건서류작성 20, 부동산등기법 32.5, 등기신청서류작성 18 평균 47.875/ 합격선 53.9
30회 민법 45.2, 형법 25, 형사소송법 31, 민사소송법 44.75, 민사사건서류작성 14.75, 부동산등기법 34.5, 등기신청서류작성 17.85 평균 53.5125/ 합격선 52.43
2) 28회 생동차 시험 보기 전날 밤새워 웹툰을 봤습니다. 압박감에 최악의 도망을 선택했고, 한 번도 첨삭이나 답안 연습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법전은 한문이었고, 그나마 이건 저에게 다행이었습니다. 2달 강의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지만 그나마 뭐라도 쓸 수 있었던 건 강의 때문이었습니다.
3) 29회 형법 이재영 선생님이 베껴서 쓰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해서 필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베껴서 쓰니 한 글자 한 글자 읽을 수 있었고,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혁준쌤이 주신 채권자대위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부분을 20번도 넘게 읽었는데 한 번의 필사를 하면서 그런 내용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몰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필사는 암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첨삭은 빠짐없이 하려고 했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첨삭 후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잔소리도 모두 큰 의미로 다가왔고, 특히나 형소법 김영환쌤은 온. 오프 모든 수강생들을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채점해주셔서 형소법을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제껴버리는 강의력이 최고였고, 마지막에는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이 되었습니다.
4) 30회. 재동차. 2달의 기간에 강의에 돈을 투자하기에는 제가 그만큼 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혼자서 매일 7과목을 1문제 정도씩 필사했습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들을걸).
문제는 인터넷서점에서 박문각 모의고사를 사서 풀었습니다.
문제를 보고 가볍게 목차 잡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틀린 부분은 주로 노란색 색연필로 체크하고 바로 필사 했습니다. 혼자서 생각하고 쓰는 게 가장 좋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제가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마지막 두 달간의 필사는 암기를 포기하고 이해하고 강의내용을 떠올리는 데 중심을 두었습니다.
29회 준비하면서부터 30회 합격까지 처음 몇 개의 볼펜과 연습장을 버린 것을 제외하고 현재 다 쓴 38개의 볼펜과 12권의 연습장이 남았습니다. 일단 100개의 볼펜을 쓰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었습니다.
2차 모든 기간 시간 내에 푸는 연습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7. 시험장에서
쓰기만 하면 점수를 주신다는 걸 깨달은 생동차의 경험은 값진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각 과목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는데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민사서류에서는 모~든 것이 죄~다 틀렸는데도 14.75점을 주셨습니다. 시간 없는 와중에 답안에서 채점자에게 ‘저 쓰는 양식은 알고 있어요’를 보여드리려고 발악했습니다. 이천교 법무사님 만만세
믿었던 형소법조차 스스로 함정을 파서 한 문제의 답과 논점이 완전히 빗겨 썼는데도 합격을 했습니다. 김영환쌤 만만세.
과목이 끝나면 복기하지 않고 바로 다음 과목을 준비했습니다. 하루가 끝나도 마찬가지.
제가 얼마나 형편없게 쓴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시험이 끝나고 무너진 뒤 2차 올패스를 끊고 공부하던 중 턱걸이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8. 육아
저의 아픈 어린 시절 기억으로 우리 아이들만은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가능하면 많은 여행을 다니고, 함께하려 했고, 공부와 육아의 시간이 갈등 되면 육아가 우선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원격수업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방학 때는 아이들과 도서관 가서 조금씩이라도 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부 기간이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욕심만 많고 제대로 하는 건 없어서 좋은 엄마도 아니었고, 좋은 수험생도, 좋은 아내, 좋은 딸도 아니었지만 아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하나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얼떨결에 합격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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