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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3회 합격수기-절박함의 차이가 합격을 좌우한다
No : 464        작성자 :   hanvit     첨부파일 : 파일       작성일 : 2008/01/01 19:18:56     조회 : 41555  
절박함의 차이가 합격을 좌우한다 
(박효근 합격 수기)  
 
Ⅰ. 들어가며 
 
비법대 출신으로서 40살의 나이에 시작한 법무사 시험공부를 2년 만에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끊임없이 샘솟는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랑하는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처음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단기간에 합격하기를 바라고,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단기에 합격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게다가 단기에 합격하는 사람 중에는 사법시험이나 변리사 시험 등 고시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냉정히 말해 법학 공부의 경험이 전혀 없는 문외한으로서 법무사 시험에 2년 만에 합격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지난 2년 동안의 제 경험이 단기에 법무사 시험에 합격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이하에서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합니다). 
 
Ⅱ. 수험생활의 시작 
 
2005년 8월 서울법학원 1차 종합반 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 나의 수험생활은 시작됐다. 아내는 내 앞에 펼쳐질 길이 험난할 것이라고 느꼈던지 서울법학원을 처음 찾아가는 길에 내 손을 꼭 잡고 동행해 주었다.  
 
나는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했고 법 관련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터라, 학원 강의를 수강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는 항상 강의실 중앙 앞줄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강의시간에 졸거나 딴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강의에만 집중했고,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어도 무조건 집중해서 듣고 또 들었다. 쉬는 시간에도 나는 다른 사람과 애기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강의 후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배운 부분을 철저히 복습했다. 복습하지 않고 넘어간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게 12회 1차 시험 직전까지 나는 학원 강의 듣고 복습하고, 문제풀이 강의 듣고 복습하고, 마무리 정리반 강의 듣고 복습하고 하는 식으로 생활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이는 내가 공부 시작 전에 나 자신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극한의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만이 정열적인 사랑을 할 수 있듯이 나 자신을 스스로 주위로부터 고립시켜 벼랑 끝으로 몰아감으로써 유일한 탈출구인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이 당시에 같이 수업을 들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그런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내 목표는 1,2차 모두 1년 안에 합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Ⅲ. 1차 시절의 공부방법 
 
1차 공부방법은 각양각색이고 사람마다 편차도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뭐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집중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물의 밝은 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분명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어 암기가 안 된다고, 또는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이해가 안 된다고 한탄하기보다는, 명암은 공존하므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사실 가장 좋은 공부방법이다. 
 
또한 과목별로 강사님들이 얘기해 주는 공부방법이야말로 객관적으로 표준화된 공부방법이라 할 수 있다. 법학공부와 시험공부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한다. 1,2년 법학공부해서는 티도 나지 않겠지만, 시험공부는 1,2년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법지식이 느는 희열감은 맛보면서도 수험생활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1차 객관식 시험의 경우는 ‘90%의 요령과 10%의 노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요령’은 기술적인 테크닉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학원의 강의는 바로 이런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부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 출제가능성이 높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해 주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시험공부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오답노트를 만들어 공부하는 사람이 보통 객관식 시험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도 기술적인 공부방법 즉 ‘요령’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원 관계자들이 좋아할 유형의 ‘모범적인’ 수험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학원강의와 학원교재에 기초해 공부했고, 누구보다 강사님들의 말씀에만 의존해 공부했고, 또한 그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서울법학원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1회 때 79.5점으로 7등을 했고, 2회 때 88.5점으로 1등을 했다. 3회 때는 84.5점으로 8등을 했고, 4회 마지막 모의고사 때 95점으로 1등을 했다. 그 결과 서울법학원 전액 장학생이 돼 2차 준비하는 남은 1년 동안 학원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1차 시험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공부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객관식 시험에서 ‘요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Ⅳ. 생동차 시절의 공부 방법 
 
2006년 12회 1차 시험 결과는 90.5점을 받았다. 시험 본 다음날 오전 10시에 가답안으로 채점을 한 후 결과가 좋은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2차 공부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형법이 걱정이었다. 이번부터 형법이 2차에만 시험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동차로 합격하려면 형법 실력이 뛰어난 기득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감이 컸다. 시험 직후부터 동차반 강의까지는 약 7일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1차 시험 다음날부터 송춘근 선생님의 형법 2차 강의를 동영상으로 듣기 시작해, 동차반 강의 시작 전까지 1회독을 마쳤다.  
 
그 뒤로는 학원의 동차반 강의를 따라가면서 공부했다. 나는 처음부터 생동차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 기간(3개월)이야말로 가장 공부시간이 길었던 기간으로 기억된다. 1차 공부하는 동안에도 평균 10-12시간은 공부했지만, 생동차 준비기간에는 거의 14시간씩 공부했던 것 같다. 1차 시험에서 고득점을 한 것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원동력이 된 듯싶다. 
 
2차 공부 방법은 큰 줄기에서는 1차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2차 과목 중 민사소송법과 형법, 형사소송법의 경우 기본서를 정독하고 단권화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는 객관식 시험과 주관식 시험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민법의 경우는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김준호 기본서의 사례 문제들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동차 때는 수업 듣고 복습하는 정도만 했다. 민사서류와 등기신청서류 과목은 등한시했다. 당시에 나름으로 민사소송법과 형법을 3개월 동안 3회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서류과목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목표를 세운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 결과 추석 직전에 민사소송법과 형법 3회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여일, 갑자기 서류과목과 등기법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고, 10일 동안 이 과목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1차 공부를 하면서도 남들이 흔히 말하는 슬럼프를 겪은 적이 없었다. 아니 슬럼프를 느낄 여유조차 없을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2차 시험을 10여일 앞두고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해지면서 급속도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느끼는 좌절감이었다. 나의 생동차 실패는 이미 이때 결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시험을 10여일 앞두고 이미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던 것이다. 시험결과는 잔인할 정도로 정확했다. 다른 과목 모두 합격점수 이상을 얻었지만, 민사서류 9점, 등기신청서류 14점을 받아 결국 불합격했다. 
 
생동차를 준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첫째, 1차 시험 점수가 안정권에 들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턱걸이라도 붙기만 하면 된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생동차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득점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풍만한 자신감으로 생동차 준비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민법 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2차에서 처음 공부하는 민사소송법과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민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서류과목에서 합격점수가 나와야 한다. 기득권의 경우는 서류과목 점수가 못 나와도 다른 전략과목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으므로 합격하는 데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생동차의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과목에서 고득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류과목에서도 합격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실전연습을 반드시 해야 한다. 내가 생동차에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당시 다른 과목 중 하나라도 고득점하면 서류과목의 점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서류과목을 등한시했고,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넷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결국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Ⅴ. 기득권 시절의 공부방법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아마 나를 ‘독한 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부를 시작한 이래 하루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2차 시험을 보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형법 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형법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아마 앞으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모두 똑같이 1차 형법 공부 경험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사법시험 1차용 강의(신호진)를 동영상으로 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강의횟수가 40회가 넘는데다가 사시용이라 우리에겐 불필요한 학설이 너무 많아 효율성 측면에서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2차 시험 직후부터 학원 예비순환 때까지는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나는데, 나는 이 기간에 사시 1차용 형법 40회짜리를 모두 다 듣고 중요부분은 복습까지 했다는 점이다.  
 
기득권 시절에도 나는 학원강의에 기초해 공부했다. 학원 예비순환부터 2순환까지는 충실하게 따라갔고, 3순환(모의고사반) 때는 필요한 과목만 수업을 들었다. 다만, 민사소송법은 사례문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4월 달에 사시용 사례강의(이창한)를 사시학원에 가서 직접 들었다.  
 
나는 비록 동차에는 실패했지만 그 때 열심히 했던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학원 1순환 강의 때부터 시작한 모의고사에서 최고득점을 하기 시작했고, 형법 1순환 때는 내 답안지가 모두 최고답안으로 배포되기도 했다. 이것이 시험 보는 날까지 나의 자신감을 유지해주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하다(물론 모의고사 점수가 좋다고 해서 곧바로 실제 시험점수로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기득권 시절이 1차나 생동차 때와 달라진 점은 나에게도 같이 공부하는 파트너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번에 함께 합격한 김용규 씨와 기득권 시절을 거의 같이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무슨 스터디 같은 것을 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서울법학원 장학생이었고, 학원강의에 기초해 공부하는 스타일이어서 자연스럽게 뜻이 맞았던 것 같다.  
 
다만, 우리는 2007년 5월부터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면서 공부 주기를 맞추어 효율성을 높였다. 함께 고시식당에서 식사하고, 식사 후에는 학원 뒷산에서 산책을 함으로써 공부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2007년 7월부터 시험보기 전날까지 민사서류와 등기신청서류를 하루에 하나씩 번갈아가며 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매일 12시에 독서실 스터디룸에 모여 서류작성을 하고 서로 답안 채점을 한 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그 날 푼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서류과목의 경우 학원 강사님들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양 학원 강사님들의 의견을 검토한 뒤 시험적합성이라는 측면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불필요한 논쟁은 거의 하지 않았고, 철저히 시험에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입장을 정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하루에 30-40분 정도 문제 풀고, 나머지는 점심식사 후 산책하면서 해결) 실제 시험에서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 결과 민사서류 22.5점, 등기신청서류 23.75점을 얻어 안정적으로 합격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득권 시절의 공부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례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과목은 더욱 그러하다. 물론 사법시험이나 다른 고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법대 출신으로 기득권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권장하고 싶다. 모의고사 연습이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답안에 대한 정성이 깃듯 첨삭채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나처럼 독불장군처럼 공부하던 사람도 기득권 시절에는 훌륭한 공부 파트너를 만나 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나 또한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둘 다 합격했으므로 이른바 ‘WIN-WIN’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시험에 불필요한 토론을 지양하고 성실함만 확보된다면 두세 명이 함께 기득권 기간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셋째, 역시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끈기이다. 나는 기득권 시절에는 동차 때와 같은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 물론 추석 직전에 감기 몸살 때문에 5일 동안 꼬박 앓았지만, 아픈 와중에도 전혀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5일 공부하지 못했다고 떨어진다면 아프지 않았더라도 떨어졌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했다. 그 때까지 끈기 있게 공부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시험 직전에 아픈 탓에 시험 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못했다.  
 
Ⅵ. 글을 마치며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는 수험생의 절박함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운이 따라야 합격한다고 하지만,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따른다고 한다. 결국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운이 아니다. 어찌 보면 공부 방법 그 자체도 본질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처절할 정도의 노력과 그런 노력의 원천이 되는 절박함,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열정이야말로 합격이라는 기쁨을 안겨주는 열쇠라고 할 것이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이 열쇠를 얻기 위해 오롯이 한길로 달려 왔고, 그 결과 합격이라는 문을 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걸어온 길을 이제 막 가려는 사람들에게 정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정을 쏟아 부어 보라고 격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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