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기를 쓰며 저의 수험생활을 돌이켜봤습니다. 만족, 뿌듯함보다는 후회와 반성이 훨씬 더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부족하지만, 제 글이 법원직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중 단 한 명에게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저는 수험기간이 좀 긴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더 도움이 될만한 지난 1년 위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법원직 지원 동기 + 채움팀을 선택한 이유

저는 법대를 나왔지만, 대학 재학 중에는 물론 졸업 후에도 법원직을 비롯한 공무원 시험 준비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턴을 하게 됐고, 그 시간이 시험에 대해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때 만났던 실무관님들, 계장님, 부장님께서 모두 따듯하게 대해주셨고, 법원직 준비를 많이들 권유해주셨습니다. 또 법원에서의 매 순간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가 법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에도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 법원직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법원에 계시던 실무관님들 대부분이 채움팀(구 한교)출신이셨고, 심지어 어떤 분은 저에게 채움팀에 계신 선생님께 저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실 정도로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채움팀에서 바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채움팀을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8과목

-헌법

: 평소 관심있던 분야와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재미있게 공부한 과목입니다. 헌법은 정말 정인홍선생님만 믿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정말정말로. 헌법은 특히 판례가 너무나 많은데, 정인홍 선생님께서 판례마다 예를 들어서 잘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이해하고 외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수업 몇 번 듣다보면, 판례와 그 예시가 떠오르며 저절로 암기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판례특강은 꼭 들으시고, 모든 커리큘럼 다 따라가시면 분명 고득점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어

: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과목입니다. 법과목 듣다가 국어 수업 들을 때면 메마른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신동수선생님께서 워낙 재밌으셔서 수업 들으며 혼자 웃기도 많이 웃었습니다. 법원직은 문학작품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문학은 반복해서 볼수록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멘트들도 먼저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집니다. 이렇게 작품에 익숙해져서 실제 시험에서 아는 지문이 나왔을 때 시간을 단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직은 문법 문제가 많이 안 나온다는 생각에, 또 재미가 없어서 저는 문법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해마다 문법 문제는 분명히 여러 개 나오고, 또 그 문제에서 시간을 단축해야하기 때문에 문법을 처음부터 잘 다지고 시험장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 대부분이 국어에 쏟는 시간을 줄이는 것 같습니다. 수업도 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국어 역시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따로 시간 내서 국어공부를 하지는 못해도 수업만큼은 빠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종강할 때까지 모든 수업 다 들었습니다. 그게 매 모의고사, 시험 때마다 좋은 점수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국사

: 국사는 국어와 더불어 사랑하는 과목입니다. 원래도 국사를 비롯한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만, 정우교 선생님 수업을 듣고 그 재미가 배가 된 것 같습니다. 국사 수업있는 날은 마음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정우교선생님 커리큘럼만 다 따르시면 국사 고득점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수험생들 대부분이 국사 흐름 파악과 연도 암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우교선생님은 연도암기에 대한 부담을 99.9% 덜어주셨습니다. 연도를 외우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다니, 국사에 새롭게 접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정우교선생님 마무리 교재는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비교해서 이해하고 암기해야하는지 표로 잘 정리해주셨기 때문에 체계가 잘 잡혔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색깔별로 나눠서 내용 정리를 해주시는데 나중에는 책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또 마무리 2단계 문제풀이 때 선생님께서 이름하여 ‘J-메소드’라는 풀이법을 알려주시는데, 실제 시험장에서 적용하시면 짧은 시간 안에 수월하게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 1교시 가장 큰 골칫거리 과목이었습니다. 항상 1교시 마지막 순서로 영어를 풀었는데, 시험장만 가면 긴장과 압박감 탓인지 영어 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영어 25문제를 최대 35분 안에 풀어내야 했기때문에,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아람선생님 아침특강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일찍 일어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데, 이아람 선생님 특강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떠졌던 것 같습니다. 행여 놓친 날에는 꼭 인강을 통해 메꿨습니다. 영어는 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시험 전 약 2주 정도의 자기정리시간에도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자료들 매일 시간 재며 풀었습니다.

-민법

: 가장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었고, 그래서인지 성적도 잘 안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서인지 1회독 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완벽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대한 여러 번 읽어서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법은 양이 많기 때문에 정말 미리미리 공부해두시길 바랍니다. 저는 평소에 민법 공부에 소홀했기 때문에 마지막 자기정리시간에 민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습니다. 법조문 어플을 다운 받거나, 교과서 사진을 찍어서 식사시간이나 이동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 이준현선생님께서 정리해주시는 키워드 위주로 반복해서 보시면 고득점 하시는 데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사소송법

: 민법만큼 애정이 안 생기는 과목이었지만, 공부할수록 매력을 알게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법원 업무에 가장 필요한 과목이라고 말씀하셔서 더 집중해서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이희억선생님 마무리 교재와 판례집 그리고 2단계 문제집만 있으면 고득점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민사소송법이 가장 부족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실제 시험 전 자기정리시간에 매일 민소법 판례집을 몇 페이지 씩이라도 보려고 했습니다. 판례집 사진을 찍어서 밥 먹을 때도 보고, 시험 며칠 전에는 걸으면서 보기도 했습니다. 또 시험 전날 2단계 내용을 훑고 들어갔고 다행히도 평소 모의고사 때보다 실제 시험에서 훨씬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형법

: 형법은 뇌리에 강하게 남는 내용이 많아서인지 다른 과목에 비해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 커리큘럼만 잘 따라가시면 정말 고득점 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법원직 형법은 각론 위주, 판례 위주로 나온다는 생각에 총론을 소홀히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공부하실 때부터 총론을 잘 다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형법 설날판례특강과 3단계 자료를 여러 번 보고 시험장에 갔고,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법

: 이준현선생님 수업만 잘 들으며 따라가면 고득점 하시는 데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형사소송법 수업을 들을 땐 두문자도 나만 모르는 암호같고, 선생님께서 얘기하시는 법조문도 뭐가 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복하시면 됩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두문자 읊조리며 문제 풀어내는 본인의 모습 발견하실 것입니다. 또 선생님께서 조문마다, 판례마다 키워드를 다 정리해주시기 때문에 나중에는 키워드만으로도 엄청난 길이 지문의 문제를 몇 초만에 푸실 수 있게 됩니다.

● 마무리 과정

수험 기간은 매 순간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마무리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시험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원 커리큘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1단계 이론정리, 2단계 문제풀이, 3단계 전범위 모의고사+일일특강 으로 이루어집니다. 학원 커리큘럼을 따르며 수업 충실히 듣고, 예습 복습만 잘 해도 마무리 과정만으로 여러차례 회독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2단계 문제풀이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8과목 다 따로 문제집을 풀지 않았기 때문에 2단계 문제를 풀며 다시 한번 개념정리를 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직전 하루 이틀은 마무리 2단계 교재만 보고 시험장에 갔습니다. 이 때 훑었던 지문들이 시험 당일날 문제 풀 때 많이 생각났습니다.

또 마무리 과정은 실제 시험날과 가장 가까운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의 체력과 두뇌 컨디션이 시험 당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 생활

-수면

: 저는 매일 최소 6시간 이상은 잤습니다. 잠을 잘 못 자면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이 다가와도 잠을 줄이지는 않았습니다. 밤에 잠 적게 자고 수업시간에 조는 것보다, 밤에 충분히 자고 수업시간과 자습시간 때 더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사

: 저는 하루 세 끼 꼭 챙겨먹었습니다. 특히 아침식사 절대 거르지 않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못 하면 수업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꼭 먹었습니다. 아침은 대부분 아침 영어특강 후에 학원 근처 가게에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든든하면서도 빨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험기간 동안 평생 먹을 김밥은 다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공부할 에너지는 밥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끼니 잘 챙겨드시기 바랍니다! :)

-체력관리

: 선생님들께서도 체력관리는 9번째 과목이라고 하실 정도로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몸이 아프면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수업 빠지면 다시 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시험 기간동안 여러 가지 질환도 생겼고, 전체적 체력 저하로 정말 많이 고생했습니다. 시간 내서 최소한 걷는 운동이라도 하시기를 권합니다. 또 영양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종 수액도 맞았습니다.

-멘탈관리

: 수험생에게 가장 힘든 것이 ‘멘탈 관리’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고, 생각도 굉장히 많고, 감정이 풍부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누르고 혼자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해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또 틈틈이 가족, 친척, 친구들과 만나기도 했고, 통화도 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수험생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합격을 100%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참 무서웠습니다. 어떤 날은 자신감이 넘쳤다가 어떤 날은 한없이 자신감이 떨어지곤 했습니다.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본인만 타는 것이 아닙니다. 수험생들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게되니 참 위로가 됐습니다. 또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사람들에게 합격소식 전하는 순간을 계속 상상하며 수험기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 재수생 + N수생들에게

재수생이나 그 이상이신 분들은 합격수기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또한 수험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 분들 중 한 분에게라도 이 글이 힘과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시험에 불합격한 수험생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다시 학원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떨어졌을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시간이랍시고 그냥 놀고, 쉬고, 여행 다녔습니다. 3월에 결과 발표 나면 9월 정도에 다시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곤했습니다. 6개월 정도를 쉰 셈인데, 저는 그 시간을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애써 포장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 듣고 공부했던 게 있으니까 9월에 가도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습니다. 또 저는 제가 시험에 실패한 원인을 알고 있었고, 그 부분을 고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려웠습니다. 저는 예습, 복습을 잘 하지 않았고, 수업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디서 나온지 모를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제 취약과목이었는데 그런 과목일수록 더 여러 번 읽고, 암기하고, 문제 풀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과목, 하기 싫은 공부를 꼭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목일수록 이게 내 성적 올려줄 핵심과목이다-라고 생각하고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해보다, 지난 달보다 조금만 더, 어제보다 조금만 더 앉아서 버티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자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저에게 합격수기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하는 동안 합격수기 쓰는 것을 여러번 그려왔는데 이렇게 수기를 쓰는 날이 오네요. 사실 장수생이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을 알기에, 내 수기가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으로 쓰기 망설여졌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 중 한 분에게,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수험생분들 매일 반복되는 생활, 불확실한 미래를 보며 많이 지쳐있을 것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여러분들, 먹고 싶을 땐 먹고, 울고 싶으면 우시고, 웃고 싶을 땐 웃으시며 본인을 잘 다독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쌓은 하루하루 끝에 여러분의 자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항상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이준현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들 정말 큰 힘과 웃음, 위로가 됐습니다. 특히 면접 때 많은 고생 하셨던 신동수 선생님, 이아람 선생님, 정인홍 선생님, 정우교 선생님, 이영민 선생님 감사합니다. 모든 선생님들 항상 열정과 애정으로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주신 학원 직원분들께도 많은 힘 받았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