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각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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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친구 따라 박문각...

번호 : 9300 ｜ 작성자 : 정*서 ｜ 조회 : 440 ｜ 작성일 : 2023/12/04 00:07:49

준비 없이 정년퇴직한 22년, 친구가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한다 하여 부럽기도 하였지만 그런가 보다 하였다. 11월 경 뒤늦게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하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친구 지인에게도 연락해 봤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 불길한 예감...

60넘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 만 평소 공인중개사를 꼭 하고 싶다는 친구는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좋다, 나도 도전!
이렇게 친구 따라 박문각과 인연이 되어 기본서를 구매하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분명 한글임에도 이해 하기는 커녕 읽혀지지도 않았고, 후회막심 그 자체로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미 저질러 논 상태이니 시작이나 해보자, 스스로 위로하고 강의를 들어보았다. 사정상 인강으로 들을 수밖에 없어 인터넷 와이파이를 정비하고 노트북의 먼지를 털어 새로운 시작을 하였다.

1강 2강 ... 어! 들을만하네, 느낌이 팍 오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겨 희망을 갖게 되었고 여유가 생겼다. 교수님 한분 한분 명 강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를 이해시키는 1타 강사임이 분명하다. 강의는 무조건 밀리지 않고 철저히 수강 하였다. 교수님께서는 틈만 나면 공부하는 방법을 계속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객관식 시험의 특징, 절대평가 대비하는 시험공부, 모의고사 응시하기 등등.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고 60평생 하던 내방식대로 학습하였다.

나이는 못 속이는지 건강과 체력은 바닥나고 확인되지 않은 자신감이 지칠 때 즈음인 6월에서야 모의고사 응시 방법을 익히고 3월 모의고사를 처음 보았는데 결과는 “분발” 그럭 저럭 60점대.... 이렇게 하면 않되겠다 싶어 여기저기 자료 ？고 기본서, 필수서 왔다갔다 나름대로 중요한 것 색칠하고 내 방식대로 학습하여 중순에 4월 모의고사 응시, 결과는 “분발” 그런데 이제 50점대가 나오기 시작하였고. 과목별로 편차가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교수님 말씀에는 이제부터 점수가 점점 오른다고 했는데 나는 계속 추락하고 있었고 자신감마저 흐릿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모의고사를 한 번 더 봤더니 이젠 40점대.... 그 뒤로는 모의고사를 보지 않았다. 두려웠다. 머리 탓인가? 월래 어려운 시험인가?

“어중간한 사람, 이것저것 자료만 모으는 사람, 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하려는 사람, 필요 없는 것을 궁금해하는 사람, 모든 것을 꼼꼼히 하는 방법 등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기출문제를 확실히 익혀라, 전체(숲)를 먼저 파악하라, 대충 이해하지 말고 하나라도 확실히 외워라, 공무를 많이 하는 습관보다 자주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출문제를 풀어라 등등 ”이런 말씀을 주셨는데 나는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학 갈 수 있다” 라는 정도로 치부하였던 것이 커다란 실수였다.

따라만 가던 학습 진도를 멈추고, 정규 수업시간에 제공된 교재 및 문제 또는 유튜브 강의 외 모든 자료를 버리고 단순 기본에 충실하며 기출 문제를 외우려 하였지만 사실 그 많은 문장을 외우기란 불가능한 것이어서 반복하다보니 기출지문의 맥락이 기억되기 시작 하더군요! 기억된 맥락을 유지하기에는 반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여 첫 번째 슬럼프를 넘기자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3~4월, 7~8월 강의는 많게는 하루 6시간 정도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벅차고 고통의 시간 이었던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 하였다. 그럼에도 강의는 밀리지 않았다.

8월까지 이러한 패턴을 유지 하였는데 9월에 코로나가 쎄게 와서 1주일은 휴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던 중 형님이 위독하여 병원에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결국 어린 조카를 대신하여 선산에 모시는 장례까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 9월 한달 내내 이어졌다.

10월에서야 내 자리로 돌아 왔다. 시험 한 달 남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것은 없는데 문제는 풀리지 않은 지경이었다. 망설이다가 시험은 보자 결심하고 필수서, 기출문제, 합격예상문제, 동형모의고사, 각종 특강자료 등 모든 책들을 묶어버리고 책꽂이에 100선 만 남겨두었다.

100선을 5번 정도 본 것 같았다. 내 위치를 알아보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봉투모의고사를 풀어 보았다. 모의고사 보다는 난이도가 훨씬 낮아보였고 이러한 수준으로 출제 되겠다 판단하고 나머지 모의고사 풀지 않고 버렸고 100선을 몇 번 더 보고 고사장에 갔다.

1차 시험을 보고나니 30분정도 남았다. 아리까리한 문제를 꼼꼼히 살피고 마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일이 3~4페이지가 붙어있어 15문제를 풀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남았던 것이었다. 남은 시간 종료 10분전... 10분만에 15문제를 풀고 전체 문제를 마킹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황하기보다는 이상하리만큼 냉정해지던군요. 문제의 주어와 술어만 보고 옳은 것을 찾는 것인지, 틀린 것을 찾는 문제인지 만 확인하고 눈에 익은 지문만 골라 찾아 읽고 선택하여 마킹하였다. 마킹을 다 하고나니 1분 정도 남았었다. 2차 시험은 별 실수 없이 마치게 되었다.

가채점을 해보니 세상에 이런일이 전광석화 같이 풀었던 15문제 중 8문제를 적중하였다. 나 스스로 더욱더 놀랐던 것은 15문제를 꼼꼼히 풀어보았지만 내가 아는 문제는 그 8문제뿐이어서 더 충격적이었다. “모르는 것은 버리고 아는 문제만 풀어라 하는 말씀“ 진정으로 깨달았다. 시험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결과의 상황이 내편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결과는 딱점.. 신의 점수로 합격하게 되었다. 오늘은 나를 박문각으로 안내한 그 친구와 (친구도 이번에 합격) 소주한잔 하였다.

동그라미 민법 김덕수 교수님,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강의해주시는 학개론 이영섭 교수님, 진정으로 열과 성을 다해 주시는 공법 최성진 교수님,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적중 시켜 주시는 공인중개사법 최상준 교수님. 무한반복 해주시는 세법 정석진 교수님, 울트라 압축하여 학습량을 줄여주시는 공시법 박윤모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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