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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인생을 벗어나려 시작한 30대 직장인 입니다.

No : 9095

작성자 :

beekyle0402

작성일 : 2024/10/27 12:00:23 조회 : 263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저기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그저 그런 보통의 30대 중반 여자입니다.



맞지 않는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도살장 끌려가듯 그렇게 살던 저는 문득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됩니다.



20대 중반에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부터 결혼을 하고 다시 직장에 다니고 있는 현재,

돈으로 제 가치를 따져보니 딱 12000원.



여전히 최저시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생이었습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터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난, 여전히, 최저시급을 면치 못하는 인생을 살겠구나 확신했습니다.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도 나는 계속해서 돈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겠구나,

남들이 볕 좋은 봄날을 즐길 때 나의 날들은 여전히 장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파도에 파도가 겹쳐 쓰나미처럼 쉴 틈없이 나를 덮치는 현실에 그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기엔 자존심이 매우 상했고 그러기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뭐든 시작해야 했습니다.

무엇인가에 홀리듯 도전하게 된 것이 공인중개사였고,

무엇인가에 홀리듯 이끌린 것이 바로 박문각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직장을 다니고 있어 현강은 듣지 못했습니다.

인터넷강의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100만원이 훌쩍 넘는 등록비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과감히 투자했고, 그 투자는 지금 35회 합격생이라는 결과를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11월부터 총 1년동안 공부.

정확히 11월 20일에 수강을 시작, 기본 강의를 따라가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아침 7시에는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1년 내내 한 번도 빠짐 없이 공부를 했으며,

퇴근을 하고 이리저리 집안일을 끝낸 저녁 8시부터 또 공부했습니다.



보통 새벽1시 정도에 일과를 마무리했고, 주로 집과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스터디 카페를 가려고 알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매번 카페를 가자니 그것도 역시 돈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저를 채찍질 하며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투자한 100만원이 너무 컸습니다. 그냥 낭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호기롭게 도전을 지원해준 남편에게 미안했습니다.



모든 수험생 분들이 그렇듯, 쉰 적이 없습니다.



시험 전날, 박문각 교수님들의 응원 영상을 보고 엉엉 울던 저는

밤을 꼴딱 새고 시험날을 맞이 했습니다.



레드불을 한 입에 털어넣고, 홍삼도 쭉 들이밀고, 전 과목 100선 책을 두둑히 챙긴 다음 향한 시험장.



마음이 붕 뜨고 기분도 붕 뜨고, 그리고 그동안 쌓아놨던 지식도 붕 떴던 순간순간들.



그렇게 마친 35회 시험.



솔직히 말하면 불합격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보는 지문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 순간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잖아요.

알아서 푼 문제든, 찍어서 푼 문제든 그냥 무조건 제 선택을 믿기로 하고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었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문은 까만 칠이 두껍게 칠해져 더 이상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마중 나와 있는 남편 얼굴을 보니 그제서야 제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더군요.

그리고 밀려드는 불합격 예감.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고 체감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천천히 얼굴이 굳어 갔습니다. 가답안이 나오는 저녁 6시가 참 더디게 오더라구요.



손을 덜덜덜 떨며 채점한 그날 저녁.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박문각 가채점까지 마치고, 합격점을 본 순간, 그것도 여유 있는 점수를 본 순간



'아, 안되는 건 없구나, 끝이구나.' 실감했습니다.



제 자신이 미치도록 대견했고, 눈치 안보고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했습니다.

떠오르는 여명을 보며 딸래미를 축복해준 부모님이 영광스러웠습니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분, 처음 느껴보았습니다.

기억이 삭제된 듯한 1년의 시간들이 제 뇌리를 빠르게 휘감았습니다.



다시 돌아봐도 참 치열했던 1년.



중간중간 쌤들의 응원에 많이도 울었습니다.

너무 힘든 날에는 출근하면서 오열도 많이 했습니다.



진짜 많이 울었어요.



시험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도 굳이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건지, 타격감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뤘으니 그만이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제 인생을 바꿀지 아닐지는 모릅니다.

허나 적어도 도살장에 끌려와 어두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과거의 저는 더 이상 없습니다.

미치도록 싫었던 직장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결국 배운 것이 더 많은 셈이죠.





이런 저런 이유로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모든 분들,

남들도 해내면 나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냥 이건 예외 없는 진리인거 같아요.



진심으로 써내려 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교수님들, 조교님들, 수험생 가족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격자 모임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