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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준
[2017년 국가직 9급 세무직]
여기서 무너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게 두려웠다.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2학년 2학기에 다니던 중 학교를 때려치우고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10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학과공부와 시험공부를 병행하려 했는데 학점도 못 따고 공부도 제대로 못
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종강을 하고 12월
중순부터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베이스였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수능
때 언외 5, 4등급이었고 사탐은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였습니다.
어느 한 과목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며 15년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 60점을 넘은 과목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1년 6개월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공부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법>
첫 6개월은 집 근처 독서실에서 인강으로 혼자 공부했고 그 후 1년은 노량진에서 박문각 스파르타를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가장 큰 단점은 시간관리가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해도 이걸 지킬 만한 동기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시험이 끝난 후 7월부터는 노량진으로 학원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여러 학원을 알아보았는데 남부 스파르타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우선 07시부터 22시 30분까지 별도의 스파르타 전용 건물에서 공부할 수가 있는데 학원에서 정해주는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대학교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남는 시간엔 알아서 공부하는 시스템이라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용학습관을 사용하다 보니 면학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 짐을 놓고 다녀도 분실 위험이 거의 없어서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점, 노량진에서 이동시간을 줄여서 꽤 많은 시간을 절약한다는 점 등이 좋았습니다. 저는 이 스파르타에서 잡아주는 시간을 활용해서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루일과>
07:30-08:30 한자 및 국어 어휘 암기
08:40-11:50 오전 공부 혹은 수업
12:00-13:00 점심
13:10-17:00 오후 공부 혹은 수업
17:00-17:50 영어 단어 암기
18:00-19:00 저녁
19:10-22:00 저녁 공부 혹은 수업
22:00-22:30 고유어,관용구,속담 암기
이렇게 큰 틀을 짜놓고 그 달의 수업일정 등을 고려해서 1주일
단위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달 단위로 세우는 건 너무 막연해서 별로인 거 같고 1주일 단위로 부족한 부분 등을 잘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피드백도 필수!
<과목별 공부방법>
이제 과목별 공부 방법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공부법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고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국어 - 원래 국어는 다른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유진쌤은 비문학
강의를 따로 하시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수업을 들었을 때 공시국어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방식이었고 전달력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유진쌤으로 완전 갈아탔습니다. 유진쌤 유료강좌는
말할 것도 없구요, 어문규정마스터나 한자벼락치기 같은 무료특강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쌤이 수업시간에 추천하시는 무료특강 꼭 들어보세요.
전 국어 공부할 때 어휘 때문에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자,성어,속담,관용구,고유어.. 외울 게 너무 많은데 여기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게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제가 세운 전략은 두자리 한자어,성어,고유어는 무조건 외우고 속담,관용구는 하루에 15분씩만 투자해서 적당히 보자는 거였습니다. 수험생으로서 모든 어휘를
다 외우는 건 불가능하고 이정도라도 하는 게 최소한의 대비책이 아닌가 합니다.
영어 - 저는 영어에서 공무원 시험의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하면 영어 공부시간을 줄이고 다른 과목을 좀 더 공부해서 균형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영어를 빨리 풀 수록 시험장에서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다른 과목 문제도 좀 더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고 마킹에서도
실수를 안 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영어는 무조건 잘해야 합니다.
언어는 수학처럼 공식을 세워서 대입하는 방식의 공부가 아니라 운동처럼 맨날 똑같은 걸 반복해서 숙달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들이 매일 훈련 때마다 패스를 연습하고 슛을 연습하는 건 할 줄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숙달시키고 실제 경기에서 빠르고 능숙하게 패스와 슛을 하기 위해서 연습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어도 공부할 때마다 똑같은 걸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영어에서 쓸 수 있는 문장의 형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문장 형태를 매일 반복해서 해석하는 연습을 하면 시험에서 같은 형태의 문장이 나왔을 때 해석이 되는 건 당연하고 우리말처럼 빠르게 읽을
수가 있어서 영어 풀이 시간이 20분대로 줄어듭니다.
문법 역시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문법용어는 갖다 버리고 시험에 나오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서 반복해서 보면
풀지 못 할 문제가 없습니다.
단어는 양을 확실하게 정해서 외우세요. 저는 보카바이블 같은
책은 소화할 엄두도 안 나서 신성일 선생님 어휘책만 7월부터 6월까지
매일매일 봤습니다. 그 안에 단어,숙어,유의어,생활영어까지 다 정리되어 있는데 그것만이라도 확실하게 외우니
국가직,지방직,서울시 시험에서 어휘 관련 문제는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누구 책을 보냐보다는 얼마나 확실하게 외웠냐 입니다.
한국사 - 한국사 역시 범위를 어떻게 잡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9급 시험 출제 추세를 보면
18문제는 풀 수 있는 문제 2문제 정도는 지엽적인 문제로 구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나오면 지엽적인 2문제에서 당락이 갈리는 게 아니라
풀 수 있는 18문제에서 얼마나 실수를 안 했냐에서 당락이 갈린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엽적인 2문제를 잡기 위해 무리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풀 수 있는 18문제를 실수 안 하고 확실하게 맞히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게 좀 더 수험에 적합한 공부법인
것 같습니다.
국어나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라면 상관 없는데 국어 영어가 잡히지 않으신 분들은 한국사에 투자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시는 게 좋습니다. 한국사는 꾸준하게만 해준다면 점수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국가직 9급처럼만 나와준다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겁니다. 한국사는 공시생이라면 누구나 다 잘하기 때문에 지엽적인 2문제에 집착하지 마시고 그런 건 그냥 하늘에 맡기고 국어와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서 합격하는 방향을 추천합니다.
행정학 - 영어와 더불어서 가장 열심히 한 과목이 행정학이었습니다. 단원별 모고, 동형모고를 할 때 아무리 어려워도 80점 밑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는데 실제 시험에선 70점이 나왔네요. 중요한 건 시간도 넉넉했고 실수도 안했고 지금도 틀린 문제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워낙에 공부해야 할 양이 많은 과목이기 때문에 초반에 개념 정리를 잘 해놓으시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양을 줄이시는
공부를 하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사회 - 솔직히 가장 만만한 과목입니다. 수능 때 법정,경제,사회문화
중 하나만 했으면 공부할 양이 확 줄어듭니다. 고교 선택과목 제도를 통해 도입된 과목이다 보니 내용도
별 거 없습니다. 기본강의 듣고 필기노트만 회독해도 되고 필기노트도
2~3시간이면 1회독할 수 있을 정도로 양이 적습니다. 다만
그래프나 표를 분석해야 하는 문제나 더러울 정도로 말장난이 심하기 때문에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풀이를 통해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법을 익히시면 솔직히 일주일에 5시간 정도만 투자해도 고득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관리>
저는 체육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처음 공부할 때는 13시간을 공부해도
끄떡없었습니다. 그런데 1년 6개월 동안 앉아서 공부만 하다보니 체력이 급속도로 약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수도 없어서 생활 속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저는 무조건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집도 13층이고 남부 임용빌딩 같은 경우는 10층이나 9층에서 수업이 있기 때문에 그 때 계단으로 두 칸씩 올라가면
운동이 꽤 됩니다. 수업 때 엘리베이터 타면 줄도 서야되고 상당히 혼잡해서 그냥 계단으로 가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물을 자주 많이 마셔야 합니다. 저는 500ml짜리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점심,저녁으로 500ml씩 꼭 먹었습니다.
이유는 생각이 안 나는데 아무튼 물은 하루에 1L이상
마셔줘야 합니다.
먹을 것과 관련해서는 저는 워낙에 입이 짧고 군것질도 별로 안 좋아해서 밥만 먹고 바로 자습실에 들어왔습니다. 아침,점심,저녁 이 세끼는
꼭 챙겨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하는 동안 장염이나 탈이 나거나 하는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원래 담배는 끊었었는데 노량진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다시 피우고 지방직 시험이 끝나고 끊었습니다.
담배 피우는 것도 통제를 안 하면 공부에 지장이 있을 거 같아서 아침 2개, 오후 2개, 저녁 2개로 할당량을 정해놓고 피웠습니다.
가끔 힘든 날엔 좀 더 많이 피우기도 했지만 식후땡과 극도로 졸릴 때만 피우는 걸 원칙으로 했습니다.
<결론>
이 수험생활을 하는 건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힘든 기간 중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안그래도
힘든데 그런 일까지 겹치니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게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참고 공부했습니다. 눈물이
나면 눈물이 흐르는 대로 공부를 했고 딴 생각이 들면 딴 생각을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이 공부는 목적성을
가진 공부가 아닙니다. 그냥 하고 결과를 내고 탈출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겁니다. 저는 1년 더 이 생활을 하면 정신병에 걸릴 거 같아서 이번에 떨어지면
노량진 철길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하고 매일매일 참고 공부했습니다. 분명 저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어렵게
공부하시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처럼 고등학교 때 공부도 게을리 하고 머리도 별로 안 좋은 놈도
합격한 만큼 누구나 다 합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매일 밝은 미래를 생각하시면서
그냥 공부하시면 반드시 행운이 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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